뚜렷한 개성이 엿보이는,
마틴 000-16 스트리트마스터 Streetmaster


오늘 소개할 모델은 마틴의 16시리즈 신모델, 000-16 Streetmaster입니다. 어딘가 본 것 같은 익숙한 모습이죠? 외관은 이전에 출시했었던 마틴 000-15M Streetmaster와 같은 모델이라 착각할 정도로 닮았는데 전혀 다른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고 합니다. 마호가니가 아닌, 애디론닥 스프루스와 인디안 로즈우드 조합으로 말이죠.

물론, 애디론닥 스프루스가 시트카 스프루스에 비해 무조건적으로 좋은 목재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애디론닥 스프루스와 인디안 로즈우드의 조합을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선호한다는 사실은, 기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다 아실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틴은 현재, 정규모델로 출시하는 그 어떤 모델에서도 이 조합을 만들어주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16시리즈보다 금액대가 높은 스탠다드 시리즈나 모던디럭스 시리즈에서도 이 조합을 볼 수 없는데, 왜 굳이 16시리즈에 애디론닥 그것도 그냥 애디론닥이 아니라 빈티지 톤 시스템(Vintage Tone System)이라는 에이징 처리가 되어있는 옵션이 적용된 애디론닥 스프루스에 인디안 로즈우드 목재를 사용했을까요?

먼저, 애디론닥 스프루스라는 목재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레드 스프루스라고 부르는 애디론닥 스프루스는 마틴이 1920년대 후반부터 1945년까지 기타의 황금기 시절 주로 사용했던 목재로도 잘 알려져 있죠. 다른 목재에 비해 음의 스펙트럼이 넓고 선명하며, 강력한 펀치감 있는 음색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앞서 제가 애디론닥 스프루스가 시트카 스프루스에 비해 무조건적으로 좋은 목재는 아니라고 했잖아요. 동일한 등급일 때 애디론닥 스프루스가 시트카 스프루스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그만큼 좋을 수도 있어요. 같은 등급일 때 말이죠.

기타 재료와 공구를 판매하는 stewmac.com에서 트리플A 등급의 레드 스프루스의 가격은 250불이고, 시트카 스프루스의 가격은 96불입니다. 같은 등급일 때 대략 2.5배정도 차이가 나는데, 마틴 000-16 스트리트 마스터 모델에 적용된 목재를 보면 물론 모두 같은 등급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높은 등급의 애디론닥 스프루스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잘 봐줘야 더블A, 혹은 원A 등급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마틴의 16시리즈나 스탠다드 시리즈의 시트카 스프루스 결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죠. 스튜맥에서 트리플A 등급의 시트카 스프루스와 원A 혹은 더블A 등급의 애디론닥 스프루스는 금액적으로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어떤 목재를 사용했는지 만큼 중요한 것은 목재의 등급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치 최상급의 앞다리살과 등급이 살짝 떨어지는 삼겹살을 수육으로 먹었을 때 어떤 것이 더 맛있는지는 손쉽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무조건 애디론닥 스프루스가 모든 면에서 좋다고 무조건적으로 이야기 하기보다는 각 목재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 뽑아낼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낮은 등급의 애디론닥 스프루스를 사용하더라도 애디론닥 특유의 넓은 스펙트럼과 탄성도 높은 음색을 표현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000-16 스트리트 마스터 모델은 스탠다드 시리즈나 모던디럭스, 혹은 어센틱 시리즈에 사용하기엔 등급이 낮아 다소 아쉬운 재료들을 기술력으로 끝까지 끌어올려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모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재료도 물론 중요하지만 요리사의 출중한 요리실력이 중요하듯, 악기도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될 테니까 말이죠.

연주해보면 역시 애디론닥의 특징이 잘 묻어나오는 음색입니다. 24.9인치 쇼트 스케일에 000바디임에도 풍부한 볼륨과 훌륭한 프로젝션을 보여줍니다. 44.5mm 너트 너비에 Modified Low Oval 넥 쉐입은 스탠다스 시리즈와 동일하게 편안한 연주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 뭐, 다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외관이에요. 물론 낡은듯 표현하고 있는 스트리트 마스터의 외관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을거에요. 그런데 반대로 이런 외관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한시적으로 출시되었거나, 지금은 단종된 모델 중에 ‘DR Centennial’ 이나 ‘HD16R 애디론닥’ 같은 내추럴 컬러의 모델들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었단 말이죠. 내추럴 컬러로 만들어준다면 정말 불호없이 무난하게 잘 판매될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취향을 타는 스트리트 마스터 외관을 집어넣은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틴은 애초에 이 모델을 엄청나게 많이 판매하고 싶은 목적이 없고, 특히 마틴의 16, 17시리즈는 마틴 전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한 모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7시리즈는 정말 뜬금없이 슬롭숄더 드레드넛에 무광 블랙이나 위스키 선셋 컬러를 넣지 않나, 16시리즈는 그동안 정말 많은 모델이 단종되고 개편되어 왔는데, 그나마 많은 판매가 되고 있는 현재의 D-16e Rosewood나 GPC-16e Rosewood도 000바디 두께를 사용하고 있지만 가장 무난한 형태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000-16 Streetmaster도 마찬가지로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재료의 조합에 굳이 호불호 갈리는 스트리트 마스터 외관을 집어넣어서 ‘이 형태를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판매하겠다.’라는 의지가 담겨있는데, 사실 이런 생각은 마틴이니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래도 사람들은 마틴을 살 것이다.’ 라고 해석하기에는 좀 문제가 있고,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 매출 증대를 위한 일만큼 중요한 것이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여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이는 일인데, 이 모델 역시 그런 전략 중 하나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BMW가 M3나 M5 모델을 만들거나, 현대가 아반테N 모델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죠.

마틴은 이런 전략을 한정판 모델 등에서도 많이 사용해왔는데, 이전 영상에서 소개해드렸던 DSS Hops & Barley나 CS SC 2022 모델처럼 이전 마틴기타의 외모에서 많이 동떨어져 있지만 소수의 마니아들이 좋아할 수도 있는 모델을 만들어왔고,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000-16 Streetmaster 모델 역시 출시하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해보면, 000-16 Streetmaster 모델은 재료를 맹신하는 현대 기타 제작 분위기를 한번 비틀면서도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담아 훌륭하게 만든 모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