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으로 가는 타임머신
마틴 OM-18 Authentic 1933


역사가 길어서 일까요? 한국에선 50년, 100년 된 물건은 그닥 큰 감흥을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참 재미있습니다. 아직 7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일렉트릭 기타도 마치 고대 역사처럼 고증과 복원을 거쳐 체계화합니다. 리이슈, 히스토릭 등의 거창한 이름을 붙여가며 말이지요. 오랜 역사가 없더라도 자신들이 이룩한 문화와 기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은 언제나 부러운 모습입니다.

마틴 어센틱 시리즈는 이런 자신들의 유산을 사랑하는 미국인들의 어찌 보면 조금 '오타쿠'같은 성향이 가득한 모델 라인입니다. '예전 모델을 참고삼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해보자'라는 식의 미지근한 수준이 아닙니다. 마치 완벽한 복각을 위해서라면 그 시절 장인들이 착용했던 앞치마라도 구해와 입고 할 기세로 '그때 그대로'를 고집합니다.

이것은 마틴 뮤지엄에 자신들의 오리지널 빈티지를 가지고 있는 마틴만이 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황금기 시절의 악기를 세세한 부분 하나 하나까지 완벽하게 분석하고 그 때의 작업 방법으로 제작해 내는 어센틱 모델들은 이미 그 자체가 '빈티지'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Martin OM-18 Authentic 1933은 이와 같이 오리지널을 향한 '집념'이 강하게 작용한 기타입니다. 피니쉬나 브레이스 패턴 같은 뻔한 스펙만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브릿지 핀 하나도, 모델명 음각 스타일 같은 사소한 것들 까지도 예전 사양을 고수합니다. 넥의 프로파일 또한 완벽한 빈티지 그 자체입니다. Authentic 1933 Barrel & Heel 넥 쉐입은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과거 사양 그 자체로 두툼한 V넥의 꽉찬 연주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부분들도 놀랍지만 특별히 재미있는 부분은 측판 브레이스입니다. 과거 측판 보강목은 현재처럼 나무를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면 소재의 천을 아교로 붙여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런 직물 보강재는 마치 붕대를 석고로 굳히는 깁스처럼 단단하면서도 나무 보강목에 비해 측판의 유연하고 울림을 자연스럽게 유지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작이 까다로워 현재는 잘 쓰지 않는 방식이지만 Martin OM-18 Authentic 1933에는 그대로 적용이 되어 있습니다. 외적인 부분은 물론 내적인 설계까지, 당장 마틴 뮤지엄에 걸어놓아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것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멸종되지 않고 예전 모습을 간직한 생물을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들 합니다.전간기(프리워) 황금 시대에 만들어진 마틴의 기타를 가장 충실하게 복원한 Martin OM-18 Authentic 1933는 말 그대로 소리나는 작은 박물관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어렵게 비싼 가격을 지불하며 오리지널 모델을 찾을 이유가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마틴 어센틱 시리즈에서 짙은 오리지널의 향기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