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성이라는 무게감, 마틴 어센틱 시리즈 D-28 Authentic 1937


마틴의 어센틱 시리즈를 설명하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쉽습니다. D-28 Authentic 1937 모델은 1937년도에 제작되었던 D-28 모델을 재료와 제작 방식, 도료 등을 그대로 복각하여 만든 모델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 기타의 인문학적인 가치를 분석하여, 포워드쉬프티드 X브레이싱에 5/16 두께의 Scalloped 브레이싱 및 아디론닥 VTS 상판 등 각각의 베리에이션이 만들어내는 음향학적인 상관관계, 그리고 당시의 음악 기조에 드레드넛 바디와 D-28 모델이 필요했던 이유, 빈티지 음색을 완벽하게 복원하기 위해 사용된 Hide Glue와 피니시 등 이 기타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하고 복잡한 스펙을 논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 제품에 호기심이 있거나 구매를 생각하고 있는 분들에게 1,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고 이 기타를 사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가 말입니다. 스탠다드 모델보다 2.5배의 금액을 더 주고 이 악기를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일까요? 이 기타는 콜렉션 용 악기가 되어야 할까요? 연주하기 위한 악기가 되어야 할까요?

사람들은 오리지널이라는 정통성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그것을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판단합니다. 고가의 취미 제품군으로 갈수록 그 이미지는 거대해지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클래식 슈퍼카, 하이파이 오디오, 빈티지 시계 그리고 악기 등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나타납니다. 물론 오래되었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고, 그 시대상황과 당시의 제작회사(혹은 제작자)의 사정, 그에 따른 퍼포먼스와 높은 평가가 정확하게 잘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그 제품을 ‘시대성을 가지고 있는 명기’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어센틱 뒤에 붙어 있는 1937이라는 숫자입니다.

마틴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프리워 마틴은 1930~40년 사이에 만들어진 악기를 뜻합니다. 역사적으로 경제대공황 시기였던 1929년부터 39년까지의 전 세계적인 불황은 공업 뿐만 아니라 농업, 금융업까지도 초토화시키며 많은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몰았습니다. 마틴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겠죠.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연주자들에게 팔릴 수 밖에 없는 악기를 만들어 내야만 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쏟아 부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악기가 마틴 프리워 모델입니다. 마틴 D-28 Authentic 1937 모델은 1937년에 제작되어온 방식을 모조리 분석하여 완벽에 가깝게 재현한 모델이며, 이 악기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수수하고 익숙해 보이는 첫인상은 압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오히려 더 낮은 금액의 스탠다드 D-42 모델이 화려해 보이는 맛은 더 있습니다만 고기는 먹어봐야 알 수 있듯이, 기타는 연주를 해봐야 진가가 나옵니다.

저는 40번대의 마틴을 마블링이 짙게 퍼져있는 소고기에 비유하곤 하는데 D-28 어센틱 모델은 마블링의 맛이 아닌, 드라이에이징 되어 고기 맛이 최대로 끌어 올려진 풍부한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숙성이 잘 된 고기에서 나오는 꽉 찬 육즙은 미각 뿐만 아니라 오감을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풍부한 중저음, 호방하게 터져나오는 볼륨, 선명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원음과 감칠맛의 배음은 처음 기타를 잡았을 때 그 설레는 본연의 느낌을 떠올려줍니다.

지금은 오리지널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귀해졌습니다만 당시 연주자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였을 드레드넛 특유의 마초적인 맛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기타를 이 어센틱 모델에서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작동되는 모든 부분이 커스텀 샵 제작 장인의 손을 거쳐 하나하나씩 만들어졌습니다.

마틴 어센틱 시리즈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에게 연주가 갖는 본연의 가치를 떠올리게 만들어줍니다. 금액적인 부분만 놓고 봤을 때 물론 마틴 전 시리즈 중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악기가 가지고 있는 성능과 가치를 따졌을 때 저는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센틱 시리즈는 무엇보다 즐겁게 연주 되어야 합니다.